근대 계몽주의와 과학혁명의 시대 이래 과학은 세계와 역사의 발전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었다. 오늘날 세상은 과학의 지배를 받지 않는 영역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과학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은 손바닥 위에서 세계와 접속하는 것이 자유로워졌으며, 유전공학과 의학 기술의 발달은 수명과 불치병의 한계를 계속 극복해가고 있고, 로봇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천체물리학의 발달은 인간의 인식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과학은 마치 공기와 같이 현대인의 삶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런데 여전히 과학이 불편한 곳이 있다. 바로 교회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과학에 대해서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왜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과 신앙을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통념 때문이다. 흔히 신앙은 비이성적인, 곧 신비와 초월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이해하곤 한다. 반대로 과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의 대명사다. 따라서 신앙과 과학이 조화를 이루거나 통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혹여 신앙을 과학적(이성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그것은 신앙의 타락과 세속화를 의미한다는 생각마저 있다. 또한 과학과 진화론을 직접 연관 지어 생각하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기독교인이 진화론에 대해서 알레르기에 가까운 거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진화론은 기독교 신앙의 가장 큰 적이고 위험요소다.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면 진화론은 일종의 적그리스도다. 그리고 과학은 바로 그 진화론의 모판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애당초 과학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다. 한편으로 현대의 가장 대표적인 무신론자 가운데 진화론을 신봉하는 과학자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오해와 두려움을 더욱 부추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목회자들과 신자들이 과학 전반에 대해 무지한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과학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니, 그 과학을 오해하고 불편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기독교인들도 일상의 삶에서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충분히 맛보고 있으며, 심지어 교회에서도 가령 예배에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과학에 대해서는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다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기독교의 적인가? 과학과 기독교 신앙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저자는 먼저 진화 이론과 진화주의를 구별하자고 제안한다. 진화 이론은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입증된 과학적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진화주의는 진화론을 신앙의 수준까지 격상시킨 일종의 종교다. 기독교인 입장에서 진화주의는 피해야 하지만 과학 현상인 진화 이론 자체를 거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이런 구분이 이루어지면 과학은 기독교 신앙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은 세계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객관적 서술 체계이지 그 자체에 어떤 형이상학적인 신념 체계를 담고 있지 않다. 도킨스 같은 신무신론자들의 오류는 과학을 형이상학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독교 신앙과 과학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성경으로 대표되는 특별계시와 자연으로 대표되는 일반계시를 구분하자고 말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속성과 행위를 알리기 위해 성경과 자연을 모두 사용했다. 그런데 양자는 서로 고유한 성질과 양식, 그리고 문법과 어휘를 갖고 있다. 따라서 특별계시로 자연계시를 해석하려 하거나, 자연계시로 특별계시를 설명하려는 것은 모두 난센스다. 그동안 교회가 과학을 오해하거나 적대시했던 것은 바로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를 뒤섞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특별계시인 성경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여 그 기준으로 일반계시인 자연을 해석하는 창조과학의 경우 현대과학의 성과를 대부분 부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하지만 성경과 자연은 각자의 고유한 특성과 문법을 존중하면서 서로 다른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 곧 성경은 신학을 통해, 자연은 과학을 통해 해석할 때 건강하고 안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계시의 한 통로인 자연을 해석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인 과학을 경시하거나 폄훼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교회가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한 면을 희생하거나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런 태도는 매우 어리석고 위험하다.
과학은 기독교의 적이 아니다. 과학과 기독교 신앙은 상호 적대시하거나 배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자세히 배울 수 있으며, 자연을 통해서 세계와 우주를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역사를 배울 수 있다. 과학이 밝혀낸 자연의 깊은 비밀들, 곧 우주와 세계와 인간에 대해 계속해서 새롭게 밝혀지는 놀라운 지식들은, 결국 그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더 풍성하게 알아갈 수 있는 훌륭한 통로가 된다. 기독교는 과학의 영역을 무신성의 지배 아래 방치할 것이 아니라, 과학을 하나님의 통치 아래로 가져와 성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서 교회가 과학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 과학 분야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과 과학 간의 건강한 관계 정립을 위한 신학적·철학적 이념을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교회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교회가 공론의 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정상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교회 안에서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한국교회 정황에서, 과학과 기독교 신앙 사이의 건강한 관계 정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간절한 호소가 듬뿍 담긴 이 책은 동일한 문제로 고민하는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현대적 사고의 세례를 받아 기독교 신앙에 대해 비우호적인 독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는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다.
프롤로그
서론
1부 과학, 자연을 읽어내는 도구
1장 자연, 하나님이 주신 일반계시의 책
2장 창조세계: 우주는 얼마나 클까?
3장 우주의 역사는 얼마나 오래되었나?
4장 과학의 한계와 중립성
2부 성경과 과학
5장 성경은 과학과 모순되는가?
6장 성경 해석의 역사
3부 과학주의 무신론의 도전
7장 과학주의 무신론의 주장과 한계
8장 과학은 무신론의 증거가 될 수 있나?
9장 자연현상이 과학으로 설명되면 무신론이 될까?
10장 창조의 특성
4부 근본주의와 문자주의의 오류를 넘어
11장 주일학교를 떠나겠다는 선언
12장 지구의 연대에 관한 혼란
13장 다양한 창조론
14장 과학의 발전과 성경 해석의 변화
15장 문자주의 해석의 한계를 넘어
16장 창조과학
5부 과학과 신학의 대화
17장 인류 원리
18장 창조를 이해하는 틀
에필로그
참고문헌
강영안(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지식과 도덕에서 기독교 신앙이 가진 위치와 의미를 알기 위해서라도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신앙주의와 과학주의, 이 둘 가운데 어느 쪽에도 빠지지 않으면서 온전한 신앙과 온전한 과학을 함께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권영준(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과학은 자연이라는 실재에 대해 점점 더 가까이 가는 영원한 근사”라는 저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과학을 절대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과학을 통해 우주를 창조하시고 모든 피조물을 이끄시는 하나님의 위대함을 더 풍성히 깨닫고 감사의 고백을 드리게 된다.
김근주(기독연구원 느헤미야 학술부원장)
본서는 과학과 신앙이 어떻게 제자리를 잡고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과학자가 우선적으로 과학과 연관하여 쓴 글이지만, 또한 성경을 어떻게 읽어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하고 설득력 있는 내용이 곳곳에 가득하다는 점에서 성경과 연관된 다른 현실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김회권(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저자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나님이 없다”는 식의 종교적 담론을 전개하는 과학절대주의적 형이상학을 거부하면서도 과학의 최신 성과들을 무시하는 몇몇 성경 구절에 대한 특수 해석에 고착된 경건하지만 순진하기 짝이 없는 복음주의 계열 신자들을 차분하게 설득하고 있다. 본서를 다 읽고 나면 광대무변한 우주를 창조하신 정말 광대하시고 세밀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게 될 것이다.
이재호(미국 특허 변호사)
과학과 신앙 분야의 고전인 버나드 램의 『과학과 성경의 대화』가 나온 지 벌써 60년이 넘었다.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이 그 뒤를 이어, 과학을 바로 이해함으로써 놀라운 하나님을 더 잘 알게 되는 기쁨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요, 자연은 하나님의 작품이다. 따라서 성서를 해석하는 신학과 자연을 해명하는 과학 사이에는 모순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물론 성서와 과학에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극단적인 문자주의와 과학주의 무신론에 있다. 우종학 교수는 양극단에 대항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복음의 진리는 어렵지 않다. 마음을 열면 보인다.
장승순(교수)
이 책의 저자는 신앙인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자기 자신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하고 탐구해온 질문과 답변을 바탕으로 소중한 신앙고백과 정직한 지성 중 그 어느 편도 희생시키지 않은 채 과학과 신앙의 건강한 조화를 논구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들이 제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을 언급하고, 그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깊이 있고 설득력 있는 대답들을 제시하는 경이로운 작업을 완성하였다.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 재료공학과 교수)
전성민(밴쿠버 기독교세계관대학원 학장)
간혹 구체적인 내용에서 저자와 의견을 달리하는 독자라 하더라도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는 이 책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자연이 하나님이 쓰신 또 하나의 책이라는 설명을 읽고 나서 보는 밤하늘의 은하수는 (보이기만 한다면!) 더 이상 예전에 보던 은하수가 아니리라 확신한다. 하나님의 광대한 창조를 드러내는 은하수의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찬양이 우리 영혼을 울릴 것이다.
최승언(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우리는 육의 눈, 마음의 눈, 영의 눈을 통해 모든 실재를 인식하고 판단한다. 육의 눈을 너무 강조하면 과학주의에 빠지기 쉽고, 영의 눈을 너무 강조하면 영지주의에 빠지기 쉽다. 이 책은 바로 이 세 가지 눈의 균형 잡힌 바라봄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귀중한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