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얼굴을 찾아, 신의 얼굴을 찾아……
큐피드와 프시케 신화를 모티브로 한,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아직 얼굴을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신과 얼굴을 맞댈 수 있겠는가?” 이 말은 소설의 주인공이자 프시케의 언니인 오루알의 인생 최후의 독백이다.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를 변형시킨 루이스는 화자이자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프시케의 언니 오루알을 등장시킨다. 신이 자신의 사랑을 앗아가 버렸다며 신에게 고소장을 내미는 오루알. 그러나 종국에 그녀는 평생 베일 뒤에 감춰 두었던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데…….
루이스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조지 세이어는 “만약 이 책이 익명으로 출간됐다면 아무도 C. S. 루이스의 작품임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 했다. 그만큼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는 소재와 문체, 구성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작가의 다른 책들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루이스가 말년에 아내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며, 작가 스스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것으로 아내 조이 데이비드먼에게 헌정되었다. 이번 판은 기존 양장에서 무선으로 개정한 것이며 표지도 새롭게 갈아입었다.
책 속으로
이 이야기에서 내가 핵심적으로 바꾼 부분은 프시케의 궁전을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읽은 거의 그 순간부터 이 궁전은 반드시 보이지 않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경우에도 ‘만들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변화에 따라 자연히 내 여주인공의 동기는 더 애매해졌고 성격도 달라졌으며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특질 전체가 바뀌어 버렸다. 나는 거리낌 없이 아풀레이우스의 이면을 파고들 수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풀레이우스 또한 이 이야기의 창작자가 아닌 전달자였기 때문이다. 내 목적은 《변신》―피카레스크 소설, 오싹한 희극, 비결秘訣, 포르노, 문체적 실험이 기묘하게 뒤섞인 조합물―의 묘한 특질을 되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아풀레이우스는 천재적인 작가였지만, 이 작품을 쓸 때에는 하나의 ‘자료’로만 활용했을 뿐 ‘영향’을 받거나 ‘모범’으로 삼지 않았다. _ 11쪽
“후손이라고.”
왕이 말했다.
“후손이라 했겠다.”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였으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얼음장 같은 분노가 하시라도 터져 나올 참이었다. 죽은 시동의 몸뚱이가 왕의 눈에 띄었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왕이 물었다. 그리고 여우 선생과 나를 돌아보았다. 온몸의 피가 왕의 얼굴로 몰리는가 하더니 마침내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로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딸, 딸, 딸년들뿐이로구나.”
왕이 부르짖었다.
“그리고 또 딸년이 태어나다니. 어쩌면 이리도 끝이 없단 말이냐? 하늘에 계집애들이 창궐하여 신들이 내게 딸 풍년을 내리시는 것이냐? 이년― 네 이년―”
왕이 내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앞뒤로 흔들어 팽개치는 바람에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린아이라도 울지 않는 법이다. 눈앞의 캄캄한 어둠이 가시면서 왕이 여우 선생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어대는 모습이 보였다. _ 30쪽
그 순간 나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 나는 무력했고 그들은 전능했다. 나는 그들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나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쉽게 상처받는 존재였지만 그들은 난공불락이었다. 나는 혼자였고 그들은 다수였다. 이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이 내가 도망치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낚아채 버렸다! 다시 움켜쥔 것이다. 좋다. 나도 말할 수 있다. 나도 진실을 밝힐 수 있다. 전에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을 이제야말로 해야겠다. 신들에 대한 고소장을 써야겠다. _ 289쪽
젖은 안개가 언덕을 휘감은 고대 왕국, 돌과 바람과 창이 난무하는 멋지고 강렬한 이야기! C. S. 루이스는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_ 태블릿The Tablet
C. S. 루이스가 쓴, 의미심장하고도 의기양양한 작품 _뉴욕 헤럴드 트리뷴 북리뷰New York Herald Tribune Book Review
큐피드와 프시케 신화의 눈부신 재탄생 _ 월간 애틀랜틱The Atlantic Monthly
그의 섬세한 손끝에서 고대 신화는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깊이, 새로운 공포의 대상과 함께 그 매력을 드러낸다. _ 새터데이 리뷰Saturda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