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무상(無常)하다. 시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낡고 닳고 늙고 마침내 소멸한다. 이 덧없는, 무심히 흘러가는 삶의 조각들에 오래도록 눈길을 주는 사람이 있다. 속도를 숭배하는 사회에서 기꺼이 반항아가 되기로 한 사람, 바로 ‘시인’이다.
유진 피터슨의 시집 「거룩한 행운」이 우리말로 옮겨졌다. 결혼 55주년을 맞아 아내 잰에게 헌정한 시집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 스크램블드에그와 구운 베이글 곁에 / 무화과가 놓여 있다.
_<무화과 설교> 중에서
에덴에서 갈릴리를 거쳐 예루살렘까지 혈통이 이어진 무화과가 시인의 위 속에 시나브로 뿌리를 내린다. 말씀으로 장사하지 말고 말씀을 육화하라는 아내의 ‘메시지’가 도탑게 번역된다.
말끝마다 이빨과 발톱이 드러나는 시대, 말을 “오독과 착취와 오용에서 보호”하는 일이 시인의 직무라면, 목사나 신학자가 되기 전에 시인이 되어야 할지도. 아니 사람이 되기 위해 시를 먹어야 할지도.” - 구미정 (이은교회)
“언어를 의심하는 일은 거룩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유진 피터슨에게서 처음 배웠다. 그는 인간의 언어가 지닌 결함과 가능성을 깊이 이해한 목사였고, 그 언어를 넘나들며 일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에 예민하게 귀 기울인 작가였다. 유진 피터슨은 자신의 언어가 생각을 재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비가 깃드는 장소가 되기를 열망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 몸의 감각과 감정을, 나아가 일상 전체를 하나님 앞에서 재검토하게 된다. 유진 피터슨은 목사로서 시를 썼다. 그의 시는 기도에서 출발하여 다시 기도로 되돌아간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는 우리의 기도를 손상시키는 듯 보이는 낯선 언어들과 이따금 마주할 것이다. 그 언어들까지도 기도라는 사실을 겪게 될 것이다.” - 이새해